닥치는 대로 쓰는 사람

종이 사이사이 기록을 채워 노트 한 권이 완성되듯, 소소문구의 생일마다에는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11번째 소소문구 생일을 맞이해 네 명의 쓰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 장 한 장 채워진 기록을 함께 보고, 그들의 쓰는 생활을 들어봤습니다.

아동미술교육 · 심리상담사 달따러가자 @mallarme_matisse


읽고, 쓰는 사람, 달따러가자입니다. 미술사를 전공했고, 현재는 아동미술교육과 심리상담 일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당시에 미술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일찍부터 미술을, 보다 쉽고 편하게 접할지 고민하다 아동 미술 교육을 공부했습니다.

Q. 쓰는 사람 앞에 ‘읽고’를 넣어 주셨어요. 
어릴 때부터 ‘예술’을 통해 제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현재 ‘상담과 미술교육에 대한 기록’을 통해 저를 표현하고 있다 생각하고, 그 방법에 ‘읽기, 쓰기’가 있어요. 

Q. ‘달따러가자’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모닝단 활동을 위해 만들었어요. 활동 신청서를 쓰던 날, 창밖으로 보이던 보름달이 환하고, 아름답더라고요. 그 달을 보고 생각난 이름입니다. 달이 주는 상징성과 풍요로움도 떠올랐고요.


Q. 모닝단을 계기로 만드셨다니, 저희에게 더 특별히 다가오네요. 소소문구는 언제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언니에게 선물 받은 스케치북(소작4-오잉크하우스)으로 처음 만났어요. ‘그림 그리기 좋은 스케치북을 만드는 회사가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죠. 이후 모닝단 모집글을 통해 소소문구를 다시 만나 진가를 알게 됐어요.




Q. 모닝단 활동 어떠셨어요?
제 삶에 많은 자극제가 됐어요. 첫 번째로, ‘쓰는 생활’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하는 경험을 했지요. 각자가 쓰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온라인 활동을 통해 함께 한다는 연결감이 특별했어요. 두 번째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배웠어요. 지속적 쓰기를 통해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전에는 마음이 내키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서만 그런 시간을 갖고는 했거든요. 마지막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들을 손으로 기록하고, 눈으로 확인하며 내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지 발견할 수 있었어요.

Q. 가득 채워진 모닝북 10권, 모닝단 활동이 끝난 후에도 꾸준히 써주신 것이 확실하네요. 멈추지 않고 계속해 나갈 수 있는 달 따러 가자님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쓰기를 통해 경험했던 몰입감이 가장 큰 동력이었어요. 초반엔 3 페이지 쓰는 데 1시간가량 걸렸는데 계속하다 보니, 같은 3페이지를 쓰는데 시간이 줄더라고요. 쓰는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 둘의 속도가 일치하게 된 거예요. 스쳐 가는 단상들이 선명해지고 구체화되었죠. 그때의 몰입감이 아직도 생생해요. ‘글쓰기 명상’이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그 감각들과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아 더 열심히 쓰는 생활을 한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내 안의 욕구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 거예요. 보통 글을 쓸 때, 많은 검열과 퇴고를 해야 하지만, 모닝 페이지는 손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쓰다 보니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 거죠. ‘나’라는 사람의 ‘무의식의 탐험 도구’가 바로 이 모닝북들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닝 페이지를 통해 ‘쓰는 날과 쓰지 않은 날’의 마음가짐의 차이를 경험했어요. ‘쓴 날’엔 감정에 중심을 잃지 않고 나를 지키는 것이 조금은 수월해서 일에도 더 잘 집중할 수 있었어요.

Q. ‘무의식의 탐험 도구’라는 말씀이 인상 깊어요. 활동이 끝난 후에 작성한, 디스커버리 북(워크북)도 탐험의 나침반 역할을 위해 만들었는데,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훌륭한 나침반이었어요!  손이 가는 대로 쓰다 보니, 세 페이지에 여러 가지 주제가 쏟아져 나올 때도 많았어요. 그 의미와 주제들을 정리하고 엮어서 수업의 주제들을 만들고,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데 디스커버리 북의 질문들이 큰 역할을 해주었죠. 나아가 제 무의식이 결국엔 삶에서 다양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발견했죠. 무의식의 의식화라고나 할까요.







Q. 저 같은 경우, 모닝 페이지를 작성하며 ‘표현력’이 조금씩 는 것 같아요.
저는 언어 탐구력과 확장 가능성이 생겼어요. 이전엔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 생각했다면, 모닝 페이지에 기록한 저의 지난 삶의 기억을 통해 단어들이 저에게 주는 다른 의미와 무게들을 깨달아요. ‘사고, 감정, 기억, 소통’ 이것들이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움직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모두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무의식이 의식화되는 것도 결국은 언어를 통해서이고요. ‘소풍’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면, 단어의 사전적 의미 외에도 어떤 사람에게는 설렘이자 즐거운 추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아픈 상처 혹은 두려움일 수도 있어요. 당시의 상황들이 기억으로 저장되어 ‘소풍’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켜요. 각자의 정의가 달라지는 거죠. 그래서 같은 단어여도 상황과 뉘앙스, 받아들이는 사람의 정의에 따라 상징과 무게가 다르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언어의 무게와 상징을 아는 것’은 소통과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언어생활의 일부로서의 쓰기는 나와의 대화이자, 타인과의 소통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Q. 지금 하고 계신 심리상담일에서 쓰는 생활이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몰입과 언어의 탐구라는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글쓰기가 주는 치유의 가능성을 보았어요. 이것을 상담 속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제 나름의 가이드도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고 있고요.

Q. 쓰는 생활이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모닝단 이전의 쓰는 생활은 어떠셨나요?
즉흥적인 쓰는 생활을 많이 했어요. 그냥 갑자기 떠오른 통찰과 발견을 기억하려고 손에 잡히는 대로 적곤 했죠. 영수증, 냅킨, 메모지, 책 귀퉁이 같은 곳이요. 하지만 이렇게 산발적으로 남긴 기록은 흩어지고 사라지기 쉽더라고요. 모닝북은 정해진 시간에 한 곳에 적기에 분실하거나 잊어버릴 일이 없죠. 기록을 다시 훑어보기도 좋고요.

Q. 오랜 기간동안 아침에 쓰는 생활을 이어가고 계신 것 같아요. 기상 시간이 원래 이른 편이었나요?
아뇨(웃음). 아침잠이 많아서 일어나는 걸 힘들어했어요.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뀐 거죠. 모닝북 이전엔 밤에 쓰는 생활을 했었어요.

Q. 아침에 쓰는 생활과 밤에 쓰는 생활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침엔 무의식적인 쓰기, 밤엔 의식적 쓰기를 하는 듯해요. 모닝북은 눈 뜨자마자 몽롱한 상태에서 두서없이 쓰는 반면, 밤엔 그날 하루를 살아내고 경험한 일들을 의식적으로 ‘정리’하죠.






Q. 가져오신 필기구를 보니 참 다양해요.
어느 정도 진하고 부드러운 B, 2B정도의 필기구를 좋아해요. 모닝단을 통해 알게 된 팔로미노사의 블랙윙 모델들을 잘 쓰고 있습니다. 16년 정도 쓴 펠리컨 만년필이 있어요.
대학교 때, 손글씨를 많이 쓰는 제게 영어 선생님이 추천해 주셨어요. 만년필은 오래 써도 글자가 흐트러지지 않고, 형태가 잘 유지가 된다 하시면서요.

Q. 만년필은 언제 쓰시나요?
일기 쓸 때요. 속도감이 있는 필기구가 아니라 고유의 묵직함이 있어서 생각을 천천히 짚어보는 일기 쓰기에 좋아요. ‘옷이 날개다’ 라는 말처럼, 만년필의 클래식함 덕분에, 일기 쓸 때 저도 함께 클래식 해지는 듯한 느낌도 좋고요. 온라인 세상 콘텐츠들의 길이는 짧고, 속도는 빠르죠. 반면 쓰는 생활은 길고, 느립니다. 생각의 호흡을 길고, 가끔 느리게 하는 일.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죠. 온라인 세상과 쓰기의 차이가 커서 쓰는 생활을 시작하기에 벽이 높을 수 있어요. 하지만, 느림 속에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고 가시화하는, 소소문구만의 확고한 철학이 담긴 문구들을 경험하며 쓰는 생활이 더 친근해졌어요. 전시, 체험단, 오픈채팅방 등과 같은 소소문구의 다양한 행보들 이 쓰기에 대한 높은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돼요. 소소문구를 통해 쓰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건강한 개인과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거라 믿어요.

Q.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어떻게 쓰는 생활을 쉽게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지금 하고 계신 것을 계속하시면 될 것 같아요 (웃음). 제가 왜 소소문구를 좋아하는지와 맥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소문구의 리드가 친근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해서 지속할 수 있었어요. 소소문구만의 명료함과 단순함이 영감, 자유로움, 열린 마음 모두 주었죠.



Q. 모닝단 외에 참여하신 이벤트가 있으실까요?
작년 12월 하프캠프 카톡 오픈채팅방이 생각나요. 지속하는 힘 그리고 자신감을 키우는 시간이었어요. 소소문구가 그 방에 있는 분들께 ‘그냥 써보세요. 여러분이 하는 쓰기가 정답이에요.’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죠. 각자 다양한 쓰기 방식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졌어요. 그 공간에서 제 나름의 쓰는 생활의 본질을 발견했지요. 쓰는 생활을 계속해 가는 데는 제 의지가 가장 핵심이겠지만, 지속하는 것은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함을 소소문구로부터 배웠어요.







Q. 오늘의 달따러가자님을 어떤 쓰는 사람이라 부르고 싶으세요?
과거에도, 오늘도, 앞으로도 저는 ‘닥치는 대로 쓰는 사람’ 일 것 같아요 (웃음) ‘닥치는 대로’의 사전적 정의는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라는 의미가 있어요. 전 어디에 의무감으로 얽매여 강박적으로 하는 걸 힘들어해요. 제겐 자율성과 자유로움이 중요해요. 그래서 어떤 환경이든 ‘닥치는 대로 자유롭게’ 쓰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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