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시간을 쓰는 사람

종이 사이사이 기록을 채워 노트 한 권이 완성되듯, 소소문구의 생일마다에는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11번째 소소문구 생일을 맞이해 네 명의 쓰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 장 한 장 채워진 기록을 함께 보고, 그들의 쓰는 생활을 들어봤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복고풍로맨스 @retro.style.romance

대구에서 꽃과 식물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온오프라인에서 수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Q. 닉네임이 드라마 이름 같아요. '복고풍 로맨스'라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중3 때 지은 이름인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가수인 스위트피의 앨범 수록곡 중 ‘복고풍 로맨스’가 좋아서 제 활동명으로 붙였습니다. 이렇게 평생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웃음).

Q. 지금 갖고 계신 화풍과 닉네임이 잘 어울려요. 소소문구는 언제,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노보듀스 작가님을 맨 처음 지인이 선물해 준 굿즈로 알게 되었어요. 그림이 예뻐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소소문구와 협업하셨다고 하니 반가웠죠. 스케치북(소작2)이 나온 것을 보고 온라인으로 주문했어요.

Q. 긴 기간 동안 소소문구 스케치북에 그림 그려주신 것이 인상 깊습니다. 이 스케치북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림은 제 삶이기에, 항상 그림 그리는 도구를 갖고 다녀요. 카페에서 주로 작업을 해요. 들고 다니기에 적절한 크기와 소작 작가님들의 그림이 담긴 표지도 좋고요. 그림 모임에서도 다 같이 소소문구 스케치북을 쓰고 있어요. 함께 모여 같은 스케치북을 쓰니 그것대로 의미가 있더라고요.

Q. 소소문구 스케치북을 다른 분께도 소개하고 함께 써주신다니 감사드려요. 그림 그리실 때는 종이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요. 소작 스케치북은 미술용 켄트지를 내지로 사용해, 수채화, 마카, 색연필 등과 같은 미술 재료들과 잘 어울렸으면 했었어요. 복고풍 로맨스님은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종이의 결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수채화를 하다 보니, 물이 잘 흡수되고, 자연스럽게 번져야 하죠. 너무 밋밋하거나 미끄러운 종이는 잘 안 써요.

Q. 소소문구 스케치북이 종이 색깔, 두께, 거침 정도 면에서 화방의 스케치북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스케치북 용 종이 종류는 워낙 많아서 두께만 놓고 비교할 수 없어요. 수채화는 두꺼운 종이가 좋아요. 그래야 많은 양의 물에도 종이가 잘 버틸 수 있어요. 보통 종이는 두께감에 따라 세목, 중목, 황목 세 가지로 나와요. 세목은 비교적 얇은 종이로 연필, 파스텔, 색연필, 펜화 등 건식 재료를 쓰기에 적합하고, 중목은 살짝 요철이 있는 중간 두께의 종이로 가장 많이 쓰이는 종이예요. 황목은 표면이 거친 종이여서, 질감을 강조하는 그림에 적합해요. 황목, 중목,세목 순으로 수채화에 적합하죠. 소소문구 스케치북은 세목 중에 두꺼운 편에 속하는 듯해요.





Q.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 덕에 종이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종이 외에도 나와 맞는 재료를 찾는 것도 하나의 여정이라고 생각되어요. 복고풍 로맨스님은 어떤 재료를 주로 사용하시나요? 그 재료를 찾으시기까지의 여정도 궁금합니다. 
예고에서 예대 입시를 준비했을 때였어요. 그 당시 디자인과 지원은 파스텔로 하는 발상과 표현이라는 시험이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전 파스텔이라는 재료와 맞지 않았어요.가루 날리는 것도 싫었어요. 입시 준비는 해야 하니 파스텔을 주로 쓰되, 아주 일부에 물감을 썼어요. 마침내 대학에선 원하는 재료를 마음껏 쓸 수 있었죠. 그때부터 쭉 수채화 작업을 했습니다.

Q. 주로 튜브 물감만 접해봤는데, 물감도 여러 종류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다르게 표현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같은 색이름이더라도 브랜드마다 발색력이 달라요. 쓰는 안료 비율과 원산지가 다르기 때문이죠. 수채화는 어느 브랜드의 무슨 물감을 쓰냐보다는. 농도 조절, 그리는 사람의 스타일에 따라 표현이 다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는 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네요.  

Q. 발색력이, 수채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인 걸까요?

대부분의 수채화 작가에겐 그럴 것 같아요. 하지만 제겐 지금 '종이'가 중요해요. 궁극적으로 색이 펼쳐지는 터이기 때문이죠.

Q. 물감 외에 다른 재료도 쓰시나요?
가끔 색연필을 섞어 사용해요.  

Q. 붓이라는 도구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저는 붓이 종이 위에서 '미끄러진다' 표현해요. 미끄러진다는 것은 방해물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해요. 더불어 색도 자유롭게 조색하는 데 쓸 수 있지요.
 





Q. 요즘 태블릿으로도 작업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복고풍 로맨스님도 디지털 작업을 하시나요?
시도해 본 적은 있어요. 갤탭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두 달 정도 써봤는데요. 디지털 기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쓰기에 제겐 쉽지 않더군요. 붓이 종이 위에 미끄러지는 감각이 사라져, 안 쓰게 됩니다.

Q. 복고풍로맨스님은 주로 언제 그림을 그리시나요?
작업실에서 아침 일찍부터 그림을 그려요. 커피와 차분한 음악과 함께요.

Q.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 인디밴드 음악을 많이 들어요. 대구를 기반으로 결성한 밴드 ‘이글루’, ‘마쌀리나’를 좋아해요. 마쌀리나의 보컬분이 대구에서 운영하시는 카페 온정 커피에 작업하러 자주 가요. 전 작업할 때 음악이 중요해요. 그래서 음악이 좋은 카페를 찾아다닌답니다. 온정커피와 오늘 만난 카페 책상이 그래요.
 
Q. 스위트피부터 마쌀리나까지 좋아하는 대상에 유효기간이 기신 것 같아요.
한번 좋아하면 오랫동안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 예전엔 더 열정적이었다면, 이제는 조용히 즐기는 편이에요. 스위트피, 마쌀리나 둘 다 한결 같이 좋아요.

Q. 외부에서 자주 그림을 그리시는 것 같아요. 여행 가서도 그림을 그리시나요.

여행 가서 항상 그려요. 제주도 오름 위에서 보이는 풍경을 사람들과 함께 그린 적이 있어요. 먹고, 보고 것과 함께 '즐기는 법’ 중 하나가 제게는 그림이죠.

Q. 소개하고 싶은 작품과 그 이야기를 나눠 주실 수 있나요?
소소문구 스케치북에 그린 꽃 그림이요. 매화, 목련, 벚꽃 등 봄을 알리는 꽃을 그리고 있죠. 카페 책상에서 <봄>을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Q. 주로 자연물을 많이 그리시는 것 같아요. 소재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제철 과일이 있듯, 제철 자연물을 주로 그리는 것 같아요. 계절 변화에 조금 민감하답니다. 봄이 가까워지면 지금처럼 꽃을 그리고, 가을이 가까워지면 단풍, 열매를 그려요.




Q. 겨울에는 자연이 잠시 잠드는 시간 같아요. 겨울엔 주로 무엇을 그리시나요?
겨울엔 빨간 열매들을 주로 그려요. 호랑가시나무에 열린 열매를요. 저는 겨울에 가장 많이 외부 활동을 해요. 눈 내린 고요함과 한적함이 좋습니다.

Q. 소소문구 제품을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어반 스케쳐 분들이요. 간단한 휴대용 재료로 여행지나, 도시의 일상 풍경을 즉흥적으로 담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휴대성이 좋은 크기의 소소문구 스케치북을 잘 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가을마다 어반 스케치 페스타가 경주에서 열린답니다.


Q. 소소문구 스케치북을 많이 써보신 분으로, 소소문구가 만들어줬으면 하는 제품이 있으실까요?
휴대성이 좋은 작은 크기 스케치북도 좋지만, 더 다양한 규격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탁상 달력처럼 세워둘 수 있는 스케치북은 어떨까요? 그림 그리는 동안 잘 덮지 않고 계속 보는 편인데요. 탁상달력처럼 책상 위에 세워 놓으면, 오가며 쉬운 눈높이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아요.

Q. 대구에 오래 머물렀던 복고풍 로맨스님이 소개하고 싶은 대구의 ‘이곳’이 궁금해요.

온정 커피요. (밴드 ‘마쌀리나’ 보컬분이 운영하시는 카페) 붐비는 번화가 사이에 홀로 고요한 공간이에요. 그리고 청라 언덕이요. 뉴진스 디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해요. 근사한 목련 나무가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근현대사 골목이요. 대구를 모르시는 분들은 그 일대를 걸어보시면 대구의 근대화 역사에 대해 공부하실 수 있을 거예요.




Q. 저희는 소소문구의 제품을 사용해 주시는 모든 분을 '쓰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일기 쓰는 사람, 자주 쓰는 사람, 자유롭게 쓰는 사람 등 '쓰는 사람'을 수식할 수 있는 말이 무한합니다. 스스로 오늘의 복고풍로맨스님을 어떠한 '쓰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으세요?

‘그리는 시간을 쓰는 사람’이요. 직업인으로서 그리는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계속 그리는 사람이라서요.

 문화 기획자 파랑 @yhgh0000


안녕하세요. 문화 기획자 파랑~입니다. 박물관에서 교육, 전시 관련 일을 했었고, 19년도부터는 박물관 밖에서 대화형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어요. 종종 박물관 교육 강사나 도슨트 일도 하고 있습니다.

Q. 파랑~이라는 활동명을 가지고 계시는데요. 특별한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물결 파, 밝을 랑이라는 한자 뜻이 있어요. 윤슬을 보고 떠오른 이름입니다. 드넓은 수면 위 움직이는 밝은 물결 하나, 윤슬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제 일과도 연결 지을 수 있어요. 드 넓은 세상에 ‘가치 있고 소중한 문화’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문화를 부드럽고,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전통 傳統’ 역시 그런 문화의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전통하면 전문가, 장인, 무형문화재를 먼저 떠올리는데요. 이 오래된 관점에서 벗어나, 파랑~님께서는 전통과 사람들 사이의 벽을 낮추는 일을 하고 계시는 걸까요.
네. 사람들이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들을 고민하고, 만듭니다. 과거, 관람객으로서 박물관에 가면 소외감을 느끼곤 했어요. 겉돈다고나 할까요. 거기에 있는 한국적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내가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하고 사람인 나도 그런데, 정말로 사람들이 재밌다고 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때 ‘내가 이 벽을 낮춰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편히 이곳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Q. 파랑~님의 언어들을 배우고 싶네요. 요즘 특히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작년 8월, 출판 계약을 했어요. 올해 상반기에 출간이 목표인데요. 뜻밖의 일이고 당시 일과 병행하느라 집중하지 못했는데, 지난 1월부터 집필에 몰입하고 있어요.
지금 하는 일들에 대한 책인데요. ‘전시를 어떻게 보고, 감상을 남기는지에 관한 실용서’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현재 5개 주제로 나누어져 있어요. 1. 왜 이 책을 쓰게 되었지 2. 좋은 전시 고르는 법 3. 전시장 둘러보는 법 4. 하나의 작품 살펴보는 법 5. 전시 감상 남기는 법 - 이렇게요.

Q. 장벽을 낮추는 일을 이미 하고 계시는군요. 다섯번째, 전시 감상 남기는 법 특히 궁금하네요. 
‘나의 감각 언어로 읽고, 쓰는 경험 만들기’가 내용 중 하나에요. 정답은 아니지만 제가 글의 소재를 찾는 요령, 감상을 표현할 수 있는 글의 형태, 더 긴밀한 자기표현과 언어를 할 수 있는 습관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직 출간 전이지만,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Q. 집필 때문에 바쁘신 와중에, 쓰는 친구 1기로 함께해 주셨어요.
 
그동안 생각한 것을 말로 전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종이 위에 정제해서 옮겨 전하는 게 그리 쉽진 않았어요. 작년에 어려운 학술지를 읽으면서, 쓰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쓰는 친구가 계기가 되어 어려워도 계속하게 되었죠. 달마다 찾아오시는 ‘학습지 선생님’ 같았어요. (웃음)

Q. 학습지 선생님과 함께하는 쓰는 생활, ‘디깅 다이어리’에 해주셨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록이 있나요?
길면 30페이지, 짧으면 8페이지의 학술 논문지를 읽고, 기록했어요. 기억에 남는 문장, 짧게는 단어들을 옮겨 적었어요. 다만, 긴 글을 요약하는 데엔 어려울 때가 있고, 옮겨 적는 것만으로는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까닭에 읽고 든 제 생각과 느낌을 주로 썼어요. 내 생각을 공개적인 곳에 적는 건 어렵지만, 혼자 쓰는 다이어리니까 마음 편히 적을 수 있었죠.

Q. 쓰는 사람이 ‘열매’ 맺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디깅 다이어리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파랑~님께서 맺으신 열매가 있으실까요?
저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인, ‘문화 매개자’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요. “문화 매개자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가르면서 공백을 마주하고 과정을 만들며 복수의 이해관계자를 환영한다.”기획자는 계획하고 그리는 사람이라면, 문화 매개자는 기획 안에서 상황을 조율하는 사람이에요. 문화 매개자는 '공적이면서 사적이다.'라는 매력이 있어요. 문화기획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하지만, 문화 기획자가 좀 더 이해하시기 쉬운 말이라 제 소개를 할 때 '문화 기획자'라고 해요. 아직 문화 매개자라는 말이 낯설게 들리긴 해서요. 넓은 범위에서 보면, 문화 기획자 안에 문화 매개자가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Q.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었다니, 정말 멋진데요?
요즘,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자기소개만 해도 어렵잖아요. 부담을 내려놓고 우선 한 문장을 먼저 써보는 거죠. 당장은 인과관계가 없는 것 같아도, 앞으로의 경험이 누적되며 분명한 단어, 문장들로 채워지기 시작하거든요.

Q. 지금까지는 쓰인 내용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디깅 다이어리를 쓰실 때, 어떤 필기구를 사용하셨어요? 
아임디깅 전시에서 샀던 쥬스업 0.4 갈색 펜을 잘 쓰고 있어요. 연필보다는 볼펜을 선호해요. 제 글씨체에 맞아요. 연필보다 볼펜이 보통 더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필기감을 가졌죠. ‘연습용’으로 연필 많이 쓰이잖아요. 그런데, 제겐 갈색 펜이 연필이에요. 검은색 팬으로 쓰면 연습보다는, 어쩐지 '공식적'인 인상이라서 갈색을 씁니다. 다이어리에도, 공식적인 사실보다는 제 생각과 느낌인 담긴 사설에 가깝기도 하고요.  

Q. 새로운 관점이네요. 쓰는 공간에 관해서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집을 전통, 문화 예술, 박물관과 연결되는 공간으로 채워보고 싶었어요. 하나둘씩 모은 고가구들로 채워보며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답니다.
이 자개상은 물건들을 쌓아 놓고, 언제든지 책을 읽거나 쓰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둔 곳이에요. 이미 쓰기의 도구들이 놓여있어서 앉으면 바로 쓰는 생활을 시작할 수 있죠.
자개로 만들어진 '가구'를 구하고 있었는데, 당근에서 만났어요. 고가구를 고를 때, 기준이 있는데요. 첫째, 저희집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2층까지 제가 가지고 올라올 수 있는 크기와 무게여야 해요. 둘째는 가격, 셋째는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입니다.

 


Q. 자개상에서 붓으로 직접 글을 쓰거나, 그림 그리시는 모습을 다른 인터뷰에서 보았어요. 붓으로 하는 이토록 한국적인 '쓰는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서예를 했어요. 부모님이 일터에 계신 동안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요. 그 시간 동안 서예를 통해 한자도 배우고, 붓도 다루고, 한국적인 것에 대해 익힌 시간이었지요. 제가 과거에 익힌 것들을 살뜰하게 현재에 엮어두는 일, 이 또한 한국적이지 않나요.
문화는 그 나라의 기후와 식생부터 시작해 여기 지금 일어난 사건과 관습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특수하고 고유한 것이에요. 그런 점에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전 지천으로 널려있는 흔한 것, 익숙한 것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Q. 파랑님 덕분에 다른 의미로 한국스러움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소소문구의 제품을 사용해 주시는 모든 분을 '쓰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일기 쓰는 사람, 자주 쓰는 사람, 자유롭게 쓰는 사람 등 '쓰는 사람'을 수식할 수 있는 말이 무한합니다. 스스로 오늘의 파랑~님을 어떠한 '쓰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으세요? 
‘너그럽기 위해 쓰는 사람’이요. 스스로를 재단하고 평가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요. 제 기질·성격검사에서 ‘위험 회피’, ‘자극 추구’가 높게 나왔어요. 자극을 추구하면서도 위험을 회피하는 두 기질이 부딪치다 보니, 개인적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요. 결과적으로 보면 많이 생각하면서도 행동으로 못 옮기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나는 왜 그럴까.’ 자책했죠. 그리고, 그럴 때 노트를 펼쳤어요.

Q. 나 자신에게 너그럽기 위해 쓰는 생활, 데일리로그 노트로 하셨지요. 데일로로그 노트 좌측면은 계획을 위한 구성인데, 계획하시기에 어떠셨나요. 
『일기 쓰는 법』이라는 책에 ‘일기라는 것은 결국 잊혀야 한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저 또한 잊기위한, 어제를 넘기기 위한 기록을 했어요. 빽빽이 쓸 수도 있지만 또 너그럽게 넘길 수도 있는 거죠. 보시면 제 데일리로그 노트는 중간중간 비어있어요. 오늘이 빈칸이라도 다음 장이 있으니, 너그럽게 살아도 된다는 의미를 두었죠. 깊이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보단 쓱쓱 오늘 일과를 적는 기록을 했어요. 밀도 있는 기록을 하지 않아도, 하루를 담백하게 정리하고, 나를 돌보는 거죠. 너그럽게 썼더니, 내용도 그만큼 너그러워졌어요. 그러다 보니 잠도 깊게 자고, 무기력에서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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